늘 낮은 자세로

단풍이죽다

맛간장 2018. 9. 7. 22:32





단풍이 죽다
 안개꽃이 피어나는 붉은 늪 섬에
몸을 담그고 있는 웅장한 저 거목 단풍,
 수백 년 동안 새싹이 돋고 늘,
 푸름을 한껏 발산하더니
어느덧, 잎사귀는 붉고 노란 꽃들로 가을 색 옷을 입었다
 태곳적 신비의 혼이 담긴 붉은 늪 섬을 지키는 웅장한 수호신처럼 말이지,
 또 다른 수백 년의 거목, 용이 되어 승천하다
 낙뢰에 맞아 몸뚱이는 구부러져 붉은 늪 섬에 처박히고
 팔과 다리는 삭정이 되어 길을 잃어 헤매이다 죽어갔다
단풍아, 중생대 티라노사우루스가 쿡, 찍어 놓은 발가락 화석처럼
옹이는 움푹 파이고
 수피가 벗겨지는 죽음의 갈림길에 선
 진퇴양난 進退兩難의 끝,
 팅팅 불은 굽은 등은 분신인 붉은 단풍 몇 개 거적 삼아 덮어쓰고 있다
 실핏줄 서린 잎맥에 붉은 생명을 흘리며 노랗게 질린 얼굴로 죽어갔다
 단풍아, 이끼 낀 틈 속에 붉은 단풍 하나
 아둥바둥 목숨을 구걸해 보지만
 동장군의 칼바람이 간당간당한 단풍 하나 숨통을 끊어버리자
 이내, 바스락거린다
 바스락 소리에 놀라 가을이 저 멀리 달음질친다 겨울에 미끄러져서~~~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
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벽산